23년 말에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던 글을, 어쩌다 보니 24년이 시작하고 나서야 쓴다.
사실 이것도 마음먹고 앉은 것은 아니고, 본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24년의 웜업을 하려고 도서관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는데.
불현듯 미뤄놨던 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좀 더 정확히는,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23년은 뭐라 할 것 없이 아주 짧았다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앉아 돌이켜보니 꽤 길었던 해 같기도 하다.
현재는 1월 1일이지만 나에겐 아직 23년의 익숙함이 고스란히 남아, 23년의 시점으로 글을 작성한다.
작년 2학기 복학 후, 갖은 노력으로 성적표에 생전 뵌 적 없던 숫자가 찍혔다.
처음 봤던 숫자였지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만큼의 갖은 노력이었다.
복학 후 첫 방학, 동기들이 하고 있던 알고리즘 스터디에 새로이 들어갔다.
처음이었다. 복학 한 학기 동안 대학교 강의에서 썼던 C++, C# 등도 있었지만 딱 그 수준에 그쳤다.
나는 파이썬을 잡았다. 종만북과 같은 컴페티션을 다룬 유명한 책들에서 추천하는 대로 다들 C++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는 당시 파이썬을 배워두는게 여러모로 쓸모 있을 것이란 생각에 시작했다.
함수 정의는 어떻게 했는지, ';'를 붙이면 에러가 나고, {...} 대신 인덴트만을 사용하는 등. 복학 후에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백준에서 알고리즘 기초 입출력부터 시작해 파이썬 기초를 먼저 공부했다.
다행인 것은 파이썬이 워낙 쉬운 언어라 걸음마를 떼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는 것.
방학 동안 알고리즘 스터디와 더불어서 자료구조를 독학으로 다시 공부했다.
자료구조는 4월 초쯤까지 계속해서 마무리했던 것 같고(당초 계획보다 많이 미뤄졌다.)
알고리즘 스터디는 8~9월까지는 계속했다. 끝에 너무 바쁜 시기가 겹치면서 소홀해지긴 했지만 먼저 시작한 친구들을 다 잡고 1위로 올라설 만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해왔다.
GitHub - jang-namu/DataStructureCode: 자료구조 구현 코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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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입생이 들어오고 기숙사도 옮기면서 기숙사 동기들과 더 가까워졌다.
개강하고 얼마되지 않아 21학번 후배들과 큰 술자리가 있었는데, 그땐 생각지도 못하게 무리가 섞이면서 아직까지도 다들 친하게 지낸다.
23년의 첫 학기, 이번에는 전공뿐만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나 스프링 등 좀 더 실질적인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 마음으로 여러 동아리와 모임에 어필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했다.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동안 또 대학교 강의에 매진하며, 추가적인 자료를 찾아 혼자 공부했다.
당시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들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공부했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SQL 첫걸음'. 길지 않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https://github.com/jang-namu/TIL/blob/main/DB/SQL.md
이렇게 혼자 공부하면서, 나에겐 계속해서 배움에 대한 열정과 멘토에 대한 갈증이 일었다.
그쯤에 도서관과 강의실을 오가면서, 학기 초 면접까지 갔다가 탈락했던 동아리 서버장님을 많이 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이 인연이 이어져, 여름방학에 그분이 주관하는 Spring 스터디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그새 많이 친해져 연구실 인턴에 대한 추천을 받아 4개월가량 연구실 인턴도 할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는 eBPF와 Seccomp를 결합한 컨테이너 보안성 향상 방안을 연구했다. 이 기간은 쿠버네티스, 도커, 컨테이너 보안 등 이전까지 이름만 알고 생소하게 느껴왔던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이때쯤 나는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클라우드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벤더 중립을 지향하는 IT 동아리 Cloud Club에 합류했다.
사실 올해 여름에는 스스로도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스터디와 더불어 Java 스터디와, 앞서 언급했던 Spring 스터디, 그리고 웹 클론 프로젝트, 그리고 연구실 인턴까지.
개강 후에는 프로젝트를 끝내고(긴급 중단이란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지만,) 스터디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알고리즘 스터디 종료.)
사실 알고리즘 스터디는 어느새 내가 주축이 되어 돌아가고 있었는데, 팀의 동력인 내가 너무 바빠져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학기, 전공 22학점을 들으며 추가로 앱센터, Cloud Club의 활동이 시작됐다.
매일매일 시간이 부족했다. 22학점을 들으며 두 개의 동아리, 그리고 연구실 미팅준비까지 매번 벅찬 일정과 시간에 허덕여서
연구실 인턴이 종료되는 11월까지, 정말 밤낮없이 달렸다. 일주일의 절반은 밤을 새고 기숙사 방에도 잘 들어가지 못 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개강하고 체중이 7kg가량 줄었다. 연구실 인턴 기간동안 대표자로 발표도 했었다.
이전까지는 최선을 다하면 후회는 없을 줄 알았는데, 연구활동이 끝나고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못 했다는 점이 아직까지도 너무 아쉽다.
교수님께서 많은 편의를 봐주셔서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계획이 없어도 계속해서 연구실 활동을 할 것을 제안해주셨지만, 당시에는 몇 달간의 강행군으로 인해 점점 동아리나 스터디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연구실 인턴 기간동안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감사드립니다. 교수님)
그렇게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몇몇 후배들은 나를 도서관 요정이라 불렀지만 실상은 지박령에 더 가깝다는게 나의 견해이다..)
23년의 남은 기간동안, 생각도 다 안 날 정도로 그동안 밀린 공부와 미뤄놨던 서류작업들, 그리고 스터디 준비를 하며 정신없이 지나갔다.
앱센터에서는 작은 토이 프로젝트를 준비하여 배포하고, 전공 시험은 '정말이지 2학기엔 학교 강의에 힘을 쏟지 못 했다'는 막연한 걱정이 앞선 상태로 맞이했다. 그리고 졸업작품 관련해서 문서도 작성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꼼꼼히 세웠다.(어쩌다보니 PM이 되서,,)
아, 글을 작성하는 시점엔 이미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도 성적은 큰 낙폭 없이 준수하게 받게 되었다.
지금 나는 졸업작품과 동시에 이펙티브 자바 스터디, 그리고 Spring과 AWS를 공부하고 있다.
졸업작품을 시작하며 팀원을 정할 때에는 이렇게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팀원들이 바라보는 목표들을 종합하다 보니 열심히 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나저러나 팀장으로서 열심히 해야 한다. 초기 단계인 지금은 Github와 Git, Notion 그리고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템플릿과 규칙 작성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1년이 지났다.
나의 꿈은 조금 더 확고해졌다. 나의 꿈은 더 이상 웹 개발자가 아니다.
나의 꿈은 그냥 개발자다.
내가 하는 것이 go든, C든, Rust든 간에, 내 꿈은 그냥 개발자다.
당장 눈앞에 목표도 생겼다.
그래. 지금 나는 JVM 생태계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접목/확장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Go 언어를 배우고 싶다, 졸업 프로젝트에 테라폼을 써먹고 싶다, 젠킨스도, 레디스도, 도커도, k8s도 써먹고 싶다.
지금껏 쌓아온 지식을 실질적인 것들로 바꿔 갈 무언가가 드디어 시작된 기분이다.
24년은 청룡의 해랬다. 12지신이 두 번 돌아 다시 나에게로 향했으니 올 한 해가 나에게 가져다줄 놀라운 기적들을 믿는다.
나 자신을 믿는다. 분명 올 한 해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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